신문이나 TV에 나오는 ‘연료첨가제’ 광고를 보면 귀가 솔깃해진다. 연료를 절감하고 엔진 출력을 높여 준다고 광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고 실제 효과도 무작정 믿을 수가 없어 구입이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첨가제를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엔진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어 소비자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연료첨가제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신하거나 과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엔진의 때 빼주는 세정기능 연료첨가제

연료첨가제는 말 그대로 휘발유나 경유에 일정 비율로 섞어 쓰는 화학 첨가제다.

첨가제는 크게 엔진 실린더에 낀 때를 빼주는 기능과 엔진 출력을 높여 주는 기능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 팔리는 것은 대부분 세정 기능용 연료첨가제다.

휘발유나 경유는 연소 과정에서 다양한 불순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카본은 실린더와 피스톤에 달라붙어 엔진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실린더 내에 연료가 분사되면 피스톤이 밀고 올라와 고온고압 상태가 되는데 이때 실린더 윗부분에서 불꽃을 튀겨 폭발하면서 피스톤의 상하 운동이 반복된다.

문제는 카본이 실린더 내부에 잔뜩 끼어 있으면 내부 압력과 온도가 높아져 피스톤이 끝까지 밀고 올라오기 전에 자연 발화(노킹 현상)를 해 버린다는 점. 피스톤이 실린더 윗부분 끝까지 올라왔다가 폭발력으로 튕겨 내려가는 힘에 따라 엔진의 출력이 결정되는데 노킹 현상이 발생하면 출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엔진도 손상된다.

세정 기능용 연료첨가제는 이처럼 엔진에 낀 묵은 때를 벗겨 주고, 연료통의 수분도 없애는 역할을 한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으로는 불스원샷, 레덱스, 엔팍, STP 등 10여 종류가 있다.

불스원의 조승현 제품개발담당 차장은 “세정 기능이 있는 연료첨가제는 완전연소를 돕기 때문에 연료소비효율 개선 효과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옥탄가 높여 주는 옥탄부스터

연료첨가제 중에는 연료의 옥탄가를 높여 주는 ‘옥탄부스터’도 있다.

옥탄가는 피스톤이 압축할 때 연료가 자연 발화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내화점(耐火點)을 의미하는데 높을수록 고급 휘발유다. 일반 휘발유의 옥탄가는 91∼93인 반면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급 휘발유는 98∼100이다.

옥탄부스터는 휘발유에 일정 비율로 섞어 넣으면 같은 휘발유라도 옥탄가가 1, 2 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노킹이 발생하는 엔진이나 고(高)옥탄가를 요구하는 수입차에는 출력이 약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옥탄부스터에 어떤 화학물질을 첨가했느냐다. 일부 첨가물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거나 엔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체 카젠의 김창석 정비팀장은 “연료첨가제는 엔진 내 카본의 생성을 조금 줄여 줄 수는 있지만 없애지는 못한다”며 “어떤 첨가제든 성능을 과신하면 안 되고 일부 제품은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